지난 5월 5일 조선일보가 “재산 15억 김남국, 코인 60억 있었다...거래실명제 직전 인출”이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한 직후, 무수한 의혹 제기와 비판 속에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등록해야 하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국회법』 부칙 제2조제1항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20여일 만에 급속히 통과했다.
“총체적 남국”이었던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며, 가짜 코인 판독 및 코인 위험도 판별, 이상거래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뮤캅스(mucops)가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내역을 분석해봤다.
1. 거래소 간 위믹스 이체 : 수익 극대화보다는 습관성 코인 거래
김남국 의원은 2022년 1월 21일 클립 지갑(0xF34a2FA8930e986Fbfc9BEd3286Fb60377ca296B)을 만든 뒤, 위믹스를 비롯한 여러 가상자산의 입금 및 출금, 예치(스테이킹), 이자(리워드), 에어 드랍 등에 총 1,406회 이용했다.
이중 가장 논란이 되었던 위믹스 토큰은 12회에 걸쳐 빗썸에서 해당 지갑으로 총 1,460,100.415691개가 입금되었으며, 이중 총 899,218.92개가 25회에 걸쳐 업비트로 출금되었다.
빗썸에서 대규모 이체 이후 업비트로 출금된 수량은 최초 출금 62만 100개를 제외하고는,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 단위로 거래 규모의 차이가 크다. 이러한 거래량의 불균질성은 김 의원이 코인 시세 급등에 따른 현금화 목적 보다는 단순히 습관적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는 실제 김 의원의 지갑에서 업비트로 출금된 2022년 1월 31일부터 2022년 3월 28일까지의 WEMIX 가격 변동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입금 당시 7,600원대였던 WEMIX는 2월 9일 9,656원까지 급등했지만, 이 시기에 김 의원은 WEMIX를 현금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업비트로 대량 출금한 2월 14일은 6,471원까지 가격이 급락하던 시기였다.
업비트 출금 후 현금화 여부는 거래소 매매 자료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김 의원이 지속적으로 업비트로 출금했던 56일 동안 WEMIX는 하락 보합세 상태였다.
만약 WEMIX 가격 급락을 우려한 현금화가 목적이었다면, 전량 업비트로 이체해 매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실제 현금 가치가 8개 또는 10개 단위의 소액 이체도 해왔다는 점에서 수익 극대화나 자산화가 거래의 주 목적은 아니었다고 추측되는 지점이다.
2. 클레이스왑 스테이킹 : 예치 이자로 보유수량 늘리기
김남국 의원의 지갑 계좌에서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은 클레이튼의 분산형 금융 거래 ‘클레이스왑 프로토콜’ 등의 스테이킹을 통해 보유 토큰의 수량을 늘려왔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해당 지갑에서 2022년 2월 16일부터 2023년 4월 27일까지 14개월 동안 ‘클레이스왑 프로토콜’ 에 총 157회에 걸쳐 KSP 토큰 총 546,295.689515개를 예치(스테이킹)하고, 이에 대한 리워드로 33,003.118183개의 KSP 토큰과 289,448개의 vKSP 토큰을 받았다.
KSP 토큰은 현재 국내 거래소 중 빗썸과 코인원에 상장돼 있으며, 김 의원의 KSP 예치 기간 중 8,390원까지 급등했으나 현재는 712원 정도로 거래된다.
vKSP 토큰은 KSP 토큰을 예치하면 투표권으로 주어지는 토큰으로, 스테이킹 기간이 끝나면 자동 소각되며 판매가 불가하다. 그러나 vKSP 토큰을 많이 예치할수록 주어지는 KSP 토큰의 이자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현금화가 가능한 KSP 이자를 더 많이 받는데 도움이 된다.
같은 코인이라도 거래소에 넣어두면 보유량에 변동이 없지만, ‘클레이스왑 프로토콜’과 같은 예치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테이킹 리워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유량이 늘어난다. 따라서 거래소를 통한 빈번한 매매를 선호하지 않는 장기 보유자들은 스테이킹 서비스를 통해 해당 코인의 보유량을 늘려 나간다. 김 의원도 KSP 코인의 전망을 높게 보고 ‘클레이스왑 프로토콜’ 스테이킹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유량을 늘려온 것으로 보인다.
3. 에어 드랍 코인(KLEVA, MKC, MBX)의 ‘입법 로비’ 여부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내역에서 제기된 또 다른 의혹은 국내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행한 코인(KLEVA, MKC, MBX 등)을 입법 로비 대가로 받지 않았는가 여부다.
‘입법 로비설’이 도는 토큰들은 모두 클레이튼 기반에서 발행된 토큰으로, 클레이튼 네트워크의 母코인 KLAY 보유량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 子토큰을 지급받는다. 이를 ‘에어 드랍(Air-Drop)’이라 한다.
그러나 에어 드랍에서 드러나는 김 의원의 거래 특징은 에어 드랍 이후 ‘클레이스왑’으로 보유량을 급속하게 늘렸다가 단기간 내 전량 매도한다는 점이다.
에어 드랍은 자동화된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지급하기 어렵고, 상임위 업무 연관성이 낮고 정치적 영향력도 높지 않은 초선 의원을 입법 로비 대상으로 삼기에는 현실적인 타당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에어 드랍 토큰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김남국 의원의 토큰 거래 특징이다. 김 의원은 에어 드랍으로 받은 토큰의 거래소 상장을 기다렸다가 이를 거래소로 이체해 현금화하는 대신 ‘클레이스왑’을 통해 즉시 매도하거나 추가 매수해서 단기간 내 매매를 반복했다.
KLEVA는 클레이튼 네트워크에서 발행된 토큰으로, 스테이킹,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상당히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2022년 1월 21일 에어 드랍으로 김 의원에게 지급된 KLEVA는 0.004708 개에 불과했으나, 이후 김 의원은 이를 예치한 이후 해당 토큰을 추가 매입해 총19,319.941701 개를 보유하였다가, ‘클레이스왑’을 통해 전량 매도했다.
메타콩즈에서 발행한 MKC는 2022년 2월 14일 ‘클레이스왑’을 통해 2,917.369028개 구입하였다. 이후 김 의원은 예치 이자 및 추가 매수를 거쳐 총 744,573.5937개의 MKC를 보유하였으며, 2022년 6월 9일 ‘클레이스왑’을 통해 전량 처분했다.
넷마블에서 클레이튼 네트워크에서 발행한 MBX(마브렉스)는 2022년 4월 21일 ‘클레이스왑’을 통해 2회에 걸쳐 김 의원의 지갑에 945.4401개 지급되었지만, 해당 토큰이 에어 드랍에 의해 지급된 것인지 다른 코인과의 교환에 의해 획득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김 의원은 여타의 코인들과 마찬가지로 예치 이자 및 지갑 간 이체 등을 포함해 187,009.105175개를 보유했다가, 2023년 1월 2일 매매를 종료했다.
이외에도 KPs 79,992.71개(22.02.12.~22.05.29.), oUSDT 2,985,006.8783개(22.02.16.~23.01.19.), COM 16,389.57개(22.02.21.~22.03.19.), BOMUL 6661.718997개(22.03.28.~22.05.16.) 등도 마찬가지의 거래 형태를 보였다.
요컨대 김남국 의원은 보유 토큰의 거래소 상장을 기다렸다가 이를 거래소로 이체해 현금화하는 대신, 신규 발행 토큰이 있으면 이를 단기간 집중 매수∙예치하였다가 다른 코인으로 교환하는 것을 반복했다. 이는 보유 토큰의 ‘현금화’보다는 거래 그 자체가 매매의 목적이라 볼 수 있다.
4. 클레이페이(KP) 토큰 구매 : 출구 없는 ‘잘못된’ 투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거액의 자금세탁 의혹을 제기한 KP 토큰(KlayPAY)은 ‘클레이스왑’을 통해 2022년 2월 16일 최초 589,109.094014 개 구매했다. 이후 총 4,841,252.94개의 KP토큰을 추가 구매했으나, ‘클레이스왑’과 ‘클레이스왑 LP oUSDT-KSLP’를 통해 이체한 KP토큰은 2,368,951.90개로 전체 매수 물량의 절반도 안 된다. 현재 김 의원의 지갑에는 2,472,301.04개의 KP 토큰이 남아 있다.
클레이페이는 1KP와 1달러로 연동되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으로, 사업 모델은 지난 해 -단기간 99.99% 폭락한 테라(UST)-루나 형태와 동일하다. 즉 KP는 UST처럼 1달러의 고정 가격으로 유통되고, 이에 대한 KP와 일정 비율로 교환되는 KPs의 가격 상승을 통해 예치자산을 마련하는 구조다.
가장 이용자가 많은 USDT(테더)나 USDC(서클)과 같은 스테이블 코인처럼 미 달러나 채권 등을 예치금으로 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의해 자체 발행한 토큰을 예치금으로 삼는 경우 가격 폭락의 위험성이 크고, 특히 글로벌 투자자와 파트너사를 유치하지 못한 신생 프로젝트가 만든 스테이블 코인은 이용자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투자 사기를 목적으로 발행된다.
이런 점에서 김 의원이 신생 프로젝트 클레이페이가 1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행한 KP 토큰을 별다른 검증 과정 없이 4,841,252.94개나 매수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발행 유통된 KP토큰은 5,646,933.128개로, 소각된 물량(1,604,258.128개)을 제외하고 현재 유통되는 KP 토큰은 총 4,042,675개다. 김 의원의 KP 보유량은 전체 유통량의 86%에 이르러, 팔고 싶어도 매도 세력이 형성되지 않아 현금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출구 없는 잘못된 투자로 볼 수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테라-루나의 가격 폭락으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더 이상 형성되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5.총론 : 전형적인 ‘코인 거래 중독’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지갑 거래 내역 분석 결과, 가격 상승 시점에 맞춰 거래소를 통한 현금화 및 수익 극대화 보다는 ‘클레이스왑’을 통한 단기성 매매에 집중된 거래 행태가 두드러진다.
초이스뮤온오프 최화인 대표는 “김 의원의 위믹스 입출금 내역이나 예치 이자로 보유수량 늘리기, 에어 드랍 매매에서 위법성 및 불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빈도수와 종목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코인 거래 중독’이 의심된다”고 밝혔다.